모두발언

김한길 당대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 모두발언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195
  • 게시일 : 2013-09-27 14:45:09

김한길 당대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 모두발언

 

 

□ 일시 : 2013년 9월 27일 낮 12시

□ 장소 : 서울 중구 서울외신기자클럽

 

■ 김한길 당대표

 

존경하는 사와다 카츠미(Sawada Katsumi) 회장님, 그리고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원과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절망적인 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승리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왔던 우리 국민의 저력에 대한 무한한 긍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각오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한다.

 

오늘로 민주당, 원내외 병행 투쟁이 58일째, 저의 길거리 노숙투쟁 역시 32일째다.

 

이 영광된 자리에 저를 초청해주신 서울외신기자클럽에 대해 진심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특별히 저의 옷차림에 대해 양해해 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1997년 정부수립 이후 50년 만에 평화적인 수평적 정권교체가 실현됐을 때, 그 지긋지긋한 권위주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2002년 재집권에 성공했을 때, 더 이상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는 일은 없다고 믿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국제사회에 당당한 일원으로 설 수 있다고 가슴이 부풀었다. 민주주의 행진곡에 ‘쉼표’는 있을지 몰라도 결코 ‘도돌이표’는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정부 7개월이 지난 지금 저의 그 믿음과 확신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국가정보원이 조직원으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을 무너뜨린 결코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심각한 헌정유린 사건이었다.

 

만약 미국에서 CIA가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고, FBI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면 도대체 어떻게 됐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요구는 명확하고 정당하다. 작년 대선 전후로 벌어진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들에 대해서 그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 그 관련자들을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대통령과 가깝거나 멀거나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국정원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철저하게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에 대해서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스스로 벽을 쌓았다. 지난 9월 16일 3자회담에서 제가 국민을 대신해 요구했던 일곱 개 사항 중 모두 거부했다. 대통령의 귀는 닫혀 있었다. 불통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다음날 장외투쟁은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야당을 겁박했다.

 

대화의 실종을 넘어서 민주주의 실종이라고 느꼈다. 나만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태도는 민주주의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집권당 새누리당은 계속 거짓의 편에 서서 진실을 가로막고 있다. 그들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외면하고 당리당략에만 빠져 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여당은 지금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다. 대통령의 명령을 실행하는 행동부대만이 존재할 뿐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이렇듯 국민을 무시하니까 정보기관이 정치의 한 복판에서 활보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6월,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으로 공개했다. 자신들이 지난 대선 때 저지른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또 다른 국기문란 범죄로 의도였을 것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이 누설자다”라고 비꼬았다. 이미 국정원은 정보기관이 아니라 정치조직이 되버린 것 같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 일상생활과 문화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영화가 스크린에서 쫓겨나고, 국정원 대선 개입문제를 지적하는 전직 경찰대학 교수의 강연회가 취소되기도 했다. 헌법가치인 민주주의와 독립정신을 훼손하는 역사왜곡 교과서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후퇴는 2008년 이명박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시작됐다. 이명박정부는 대통령 측근들을 내세워 주요 방송을 장악했다. 인터넷에 대한 감시와 통제도 강화했다. 국제언론자유 비정부 기구인 프리덤하우스는 2011년 대한민국을 ‘언론 자유국’에서 ‘부분적 자유국’으로 지위를 낮췄다. 대한민국이 다시 언론통제국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사찰이 이뤄졌다. 국가정보원, 경찰, 국군기무사령부는 물론 심지어 국무총리실까지 민간인 사찰에 나섰다. 실로 대한민국은 ‘사찰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이들의 공작결과 언론사는 광고가 끊기고, 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되고, 연예인은 방송출연이 정지되고, 직장인은 일터를 잃었다. 2012년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은 이명박 정부 정치공작의 완결판이다.

 

정통성이 없는 정권일수록 언론통제와 공작정치에 의존하는 사실을 지난 과거 어두웠던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문제는 이명박정부에서 부활한 언론통제와 공작정치가 박근혜정부에서도 멈추기는 커녕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정부 하에서는 그나마 음지에서 활동했던 국정원이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이제 노골적으로 정치의 한복판에서 활보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수사를 책임져왔던 검찰총장을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몰아내려고 한 사건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건의 중심에 청와대와 법무장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검찰총장이 사찰당해 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은 공작정치, 공포정치를 우려하고 있다.

 

정권이 언론통제와 공작정치를 강화하는 이유는 국민의 뜻과는 반대로 가면서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언론과 정보를 장악한 그들은 마음대로 국가정책을 흔들고 국민세금을 주무른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민생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 곳곳에 부패와 부조리가 만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강자와 부자들로부터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지키는 방패이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하니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서민과 중산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5년 동안 재벌과 수퍼부자들에게 100조 원 가까운 세금을 깎아줬다. 그러나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또한 4대강 사업을 강행해서 국민혈세 22조 원 이상을 토건세력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데 쓰고 말았다. 환경재앙이나 각종 비리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줄줄이 뒤집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더니 당선 후 제일 먼저 한 것이 경제민주화 포기였다. 민생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던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의료비 보장 등 핵심 복지공약을 차례차례 뒤집고 있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깨고, 자신의 모든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자백하는 셈이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재벌들의 비밀금고와 슈퍼부자들의 명품지갑은 그대로 둔 채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만 털겠다는 세제개편안, 빚내서 집사라는 전월세대책을 내놓는 것을 지켜보면서 중산층과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그 본색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현정부는 민생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면서 민생을 가장 먼저 짓밟고 있는 정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민주당은 박근혜정부의 공작정치, 공포정치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서 싸울 것이다. 싸워 이길 수 있는 나라 안의 유일한 세력이 우리 민주당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민주주의자들의 정당이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에 맞서 국민과 함께 민주화를 이룬 것은 민주당원들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 있다.

 

흔히들 복지철학의 기초를 말할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생애주기별 복지공약은 ‘어린이집부터 노인정까지’ 모든 공약이 거짓공약이라는 사실이 하나하나 확인되고 있다. 민주당이 야무지게 지적하고 바로 잡을 생각이다.

 

원외투쟁도 강화할 것이다. 원외투쟁은 당대표인 제가 직접 이끌어 가고 있다. 서울광장의 천막을 거점으로 삼아서 이제 민주주의와 민생을 살리기 위한 투쟁의 기운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강한 자가 아니라 민심을 얻는 자가 승리할 것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고 있다. 이를 위해서 민주당은 지금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에 공감하는 모든 시민사회와 양심적 민주주의자들과 연대하고 꾀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엄혹한 독재정권의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낸 위대한 국민이다. 우리 국민은 4.19 혁명과 유신철폐투쟁,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이어 결국 1987년 6월 위대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창조해낸 저력 있는 국민이다.

 

저는 오늘 이 귀중한 시간에, 외신기자 여러분께서 관심을 갖고 계실 북한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에 관한 이야기보다 한국의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아닌가, 민망하다. 그만큼 한국의 민주주의의 위기는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로 다가왔다.

 

여러분의 양해와 깊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국민들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민주주의는 고통과 희생을 요구한다. 그러나 실패한 민주주의 역사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이 이길 것이다. 민주주의 행진곡에 쉼표는 있어도 도돌이표는 없다. 고맙다.

 

 

2013년 9월 27일

민주당 공보실